잡담록
[93] 엘리베이터 분조장 빌런
baark
2022. 4. 3. 16:28

우라 아파트 라인엔 여러 빌런 꿈나무들이 사는데, 그 중에서도 분노조절장애 빌런이 있다. 특징: 호칭처럼 만날 때마다 화나 있음.
나보다 훌쩍 큰 막대기 같은 몸에서 어찌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늘 일관성 있게 화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친구는 엘리베이터에 자기 말고 누군가 타면 화를 내는 친구니까.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다. 늘 휴대폰 너머의 상대나 같이 있는 친구와 이야기하며 "아 왜이렇게 많이 타!!" 하고 화를 내는데 듣고서도 긴가민가한 거다. 내가 들은 게 맞나, 하고. 설마 누가 엘리베이터를 탔다고 바로 뒤통수에 대고 신경질을 낸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러다 몇 번 마주치면서 진짜 우리(나와 엘베를 탄 다른 주민들)에게 하는 게 맞다는 걸 깨닫곤 짜증이 났다.
하지만 요즘은 그 빌런을 만날 때마다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엘리베이터에 다른 사람이 탄다는 사실에까지 분노하면 인생이 얼마나 그지 같을까...싶다가 생각해 보니 나도 그럴 때가 있다는 걸 깨달은 거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감정 소모를 하면 결국 내 시간, 내 감정 낭비인데 그러고 있진 않은가?
물론 그걸 입밖에 내기까지 하는 인간의 가정교육 상태는...사회가 알려 주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