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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독서잡담문 - <뉘앙스>, 성동혁

baark 2022. 1. 8. 21:30

최애 시집 중 하나가 <6>이고, 그 중에서도 좋아하는 시가 1226456과 여름 정원이다. 한번 꽂힌 작가는 일단 무조건반사처럼 작품이 나올 때마다 일단 사고 본다.

굳이 글 종류를 따져 보자면 에세이보다는 시, 시보다는 단편, 단편보다는 장편 소설을 선호하는데(그러나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쪽이 더 취향이다... 달리는 이야기 좋아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읽었습니다.

모스크바에 여행가는 내용이 나왔는데, 아아주! 다른 결의 이유지만 내 위시리스트에도 모스크바 여행이 있어 괜히 반가웠다. 나에게 모스크바의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세르게이 루키야넨코의 소설 <나이트 워치>에서 흡혈귀 안톤이 모스크바의 자택에서 후라이팬 위 식어빠진 스테이크 핏물을 들이키던 장면이 첫 번째고, 모바일 게임 Day R Survival에서 핵 투하로 황폐화+좀비랜드 된 러시아를 자전거로 꾸역꾸역 횡단하다가 머물던 모스크바 맵이 두 번째다. 쓰고 보니 결이... 너무 다르고 딱히 모스크바일 필요도 없지 않나 싶지만... 그 아포칼립틱한 느낌이 좋았다고.

그리고 이 부분을 읽었을 때는 내가 n년 전 n차를 찍었던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가 생각났다. 포스너와 헥터가 대화하던 부분. 그때 헥터가 어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책에서 손이 나와 내 손을 잡아주는 기분이 든다고 했나...

궁금해서 기어코 책장 뒤져서 대본집 찾아왔다. 생각보다 기억이 정확해서 소름 ^^

여튼 나도 이 감각 때문에 날이 갈수록 후달리는 집중력이 슬프지만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간다. 비단 좋아하는 작가들 뿐만 아니라, 관심이 조금이라도 생기는 책이라면 느려도 언젠간 읽을 거다.

MBTI로 치면 실제 사람에게는 I처럼 굴면서 책에게는 한없이 E다. 쉽게 궁금해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며 종종 영원히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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