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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직딩잡담 - 상사가 조질 때 정신 승리하는 방법

baark 2022. 1. 4. 20:57

 

이 글은 슈뢰딩거의 직장인이 슈뢰딩거의 회사에서 썼습니다. 슈뢰딩거의 실화입니다.
그러니 본문이 진짜 직장인이 진짜 회사에서 겪은 실화일 확률은...

 

갓 이직해 인정 욕구가 뻐렁치던 시기, 하지만 내 희망과는 달리 상사는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네 능력을 보이라고 조져 대서 한없이 우울하던 시절.

여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겨울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개월 후. 놀랍게도 나는 멀쩡하고 평온하다.

갈등만이 인간을 진화시켜서 그런 걸까? 아님 조직장이 모두까기 인형이었다는 것을 깨달아서일까?

물론 영향이 있을 테지만, 그보다 나는 정신 승리가 도움이 많이 됐다.

어느날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를 조져봤자 느그 상사가 칭찬하겠니?'

조직장의 역할은 조직의 성과를 내는 것이다. 부하 직원들을 믿지 못해 지가 다 짊어지고 자신을 갈아가며 원맨쇼를 하든, 부하 직원들을 조지며 지 혼자 놀고 먹든 상관없이 성과를 내면 그게 조직장의 역량이고 리더십이다.

우리 팀은 ^크리에이티브^로 먹고 사는 부서다. 그리고 나는 ^크리에이티브^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삭 줍기 및 집사장 포지션으로 필요한 운영 직무를 가진 사람이다. 조직장은 자신이 킹갓제너럴 크리에이터이며, 크리에이티브가 없는 당신은 불쌍해요!의 전형이었다. 놀랍게도 이 상사의 상사 또한 그것을 교리로 삼았기에, 우리 조직은 여느 크리에이티브 조직이 그렇듯 디즈니 마블 게섯거라! 같은 선포를 하며 떡상과 팀 해체 사이의 살얼음판을 걸으면서도 나름 상위 조직장의 전쟁 같은 사랑을 받는 잭 프로스트 같은 부서였다.

이게 다 무슨 소리냐고?

나는 조져져 봤자 ^크리에이티브 성과^를 내지는 못한다는 거 = 상위 조직장이 인정하는 ^성과^는 안 나온다는 거다. 그것을 깨닫자 갑자기 상사가 뭔 ㅈㄹ 칼춤을 추든 '무다나 코토오...'를 속으로 읊조리며 '네네님이다맞습니다나는등신이고님은슈퍼스타인센다쳐먹을리더십니다님은6살때부터나뭇잎을타고강을건너시고솔방울로수류탄을만들어던지시는인류역사상전무후무전지전능한권능자입니다' 할 수 있게 됐다.

인정 욕구가 사라지니 결과와는 상관없이 맡은 일에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노력을 들이게 됐고 나는 그게 편했다. 앞서 말했듯 정신승리가 건강한 극복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일 열심히 하니 남한테 피해 안 주면서도 마음의 평화를 얻었으니 괜찮은 것 같다.

참고로 저렇게 순종적인 강냉이를 마스크 뒤로 보이며 네네 :) 하다 보면 넌 왜 맨날 알겠냐고만 하냐고 지랄한다. 어쩔냉장고~

머... 이렇게 계속 말도 안 되는 시비를 털 경우 똥이 더러워서 피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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